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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육아 (parenting in Australia)/호주 유치원 일기(Kindy Diary)

[호주 유치원 일기 #5] 호주 유치원에서 배우는 감정 조절의 세계,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엄마의 이야기

by 호주마마 2025. 4. 16.

아이들의 감정 표현과 조절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마치 작은 씨앗이 햇빛과 물, 그리고 관심을 받으며 천천히 싹을 틔우는 것처럼, 아이들의 감정 지능도 적절한 환경과 안내 속에서 자라납니다. 호주 유치원에서는 이런 감정의 싹을 틔우는 특별한 활동들이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우리 아이가 보여준 작은 변화들이 부모로서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감정의 색깔을 배우고, 숨쉬기로 마음을 다스리며, 작은 화산 폭발 속에서 과학을 만나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우리 아이의 내면세계가 얼마나 풍요롭게, 또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한 주였습니다.

감정 관련 그림책 4권의 표지
감정을 배울 수 있는 영어와 한국어 그림책들

감정을 배우는 특별한 시간

호주 유치원에서는 2월 마지막 주에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가 집에 돌아와 그날 있었던 활동들을 간간히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제 마음도 따스해졌습니다. 감정이라는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한 우리 아이의 성장이 너무나 자랑스럽네요.

※ 지난 2월 유치원에서 전달받은 활동을 바탕으로 한 글입니다. 바쁜 일상에 밀려 이제야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게 되었네요.

 

색깔로 만나는 감정의 세계 - The Colour Monster
첫 번째로 소개된 책은 『The Colour Monster』입니다. 이 이야기는 색깔을 통해 감정을 구분하는 법을 가르쳐주는데요. 감정이 뒤섞여 혼란스러워하는 색깔 몬스터를 한 소녀가 도와주며, 다양한 감정을 색깔별로 분류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복잡한 감정들을 색깔로 표현하고 구분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 노란색: 행복
  • 파란색: 슬픔
  • 빨간색: 분노
  • 검은색: 두려움
  • 초록색: 차분함
  • 분홍색: 사랑 (이야기 마지막에 소개되는 새로운 감정)

이렇게 감정을 색깔로 구체화하는 방식은 정말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오늘은 노란색 기분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되면, 감정 표현의 폭이 넓어지고 부모와의 대화도 더 풍부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집에서 아이가 "내 기분은 분홍이야"라고 말할 때 그 의미가 뭔지 몰랐는데 사랑이라고 설명해 줘서 너무 감동했던 기억이 나네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활동을 저도 많이 활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숨쉬기로 배우는 감정 조절 - Samson C. Turtle

두 번째 책은 『Samson C. Turtle and the Deep Breath』였습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바다 거북이 Samson이 호흡을 통한 감정 조절법을 가르쳐주는데요. "눈을 감고, 깊게 숨을 쉬어 보세요. 1, 2, 3... 그리고 발가락을 움직여요."라는 간단한 호흡법을 통해 아이들은 화가 나거나 슬플 때 감정을 진정시키는 실질적인 방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호흡법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화가 날 때 잠시 멈추고 심호흡을 하면 좀 더 차분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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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체험하는 감정과 창의적 활동들

유치원에서는 감정 학습과 함께 다양한 감각 놀이와 창의적 활동도 진행했습니다.

 

감정을 색깔로 분류하기
아이들은 다양한 색깔의 폼폼을 각 감정에 맞는 병에 분류하는 놀이를 통해 감정을 시각적으로 구분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추상적인 감정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정말 좋은 활동인 것 같네요.

아이들이 모래에서 화산 활동 실험을 관찰
베이킹 소다와 식초의 화학 반응으로 '용암'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관찰하며 과학적 원리를 재미있게 배운 과학 활동 시간.

 

감각 놀이와 과학 활동
슬라임 만들기, 얼음 속 곤충 구조 놀이, 화산 만들기 등의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다양한 감각 경험과 함께 자연스럽게 과학 원리도 배웠습니다. 특히 화산 만들기는 베이킹 소다와 식초의 화학반응으로 '용암'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관찰하며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활동이었다고 하네요.

 

안전에 대한 첫 경험 - 화재 대피 훈련

이번 주에는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첫 화재 대피 훈련도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모든 유치원 친구들이 침착하게 지침을 따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훈련을 통해 아이들은 비상 상황에서의 대처법뿐만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규칙을 따르는 중요성도 함께 배웠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가정에서도 비상구와 대피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전 의식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가정에서의 연계 활동

보드게임으로 이어가는 학습

아이가 이전에는 무섭다고 꺼리던 '공룡 탈출(Dinosaur Escape)' 보드게임을 가지고 와서 하자고 하네요. 이제는 화산 활동이 무섭지 않다고 합니다. 화산 만들기 실험을 하고 배워보니 흥미가 생긴 것 같습니다.

 

또 이제는 "무섭지 않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보니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고 감정 조절에 대한 학습이 실제 생활에 자연스럽게 적용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인식하고 그것을 조금씩 다루는 법을 배우면서 이전에 피하던 활동에도 도전할 용기를 갖게 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이의 이런 작은 용기가 모여 앞으로 더 큰 도전을 이겨낼 힘이 될 거라고 믿으며, 조용히 응원해주고 있습니다.

 

추천 도서와 영어 표현: 감정에 관한 그림책

제가 감정과 관련해 떠오른 한국어 그림책 두 권을 소개드리자면, 먼저 비룡소에서 출간된 『나 진짜 화났어』입니다. 제 딸이 특별히 좋아하는 책입니다. 아이가 화를 내고 가라앉히는 그림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듯합니다. 처음 이 책을 읽어주었을 때, 아이의 눈빛이 반짝이던 순간이 생각납니다. "엄마, 나도 이렇게 화낼 때가 있어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감정을 책 속 주인공과 동일시하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습니다. 이 책은 '화'라는 감정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어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최숙희 작가의 『엄마가 화났다』라는 그림책인데요. 이 책은 감정 조절에 관한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행동에 화가 나는 엄마의 감정, 그리고 화를 참지 못해 후회하게 되는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은 아이보다는 오히려 부모가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육아서보다 마음에 와닿는 이 그림책은, 아이의 행동에 화가 날 때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부모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가슴이 찡하기도 하고 무서웠는데요. 저는 다행히 아이에게 극단적으로 화를 내본 적은 없지만, 누구나 조심하지 않으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항상 경계하게 됩니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이런 행동을 하면 엄마가 화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데도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엄마도 감정이 있고, 때로는 그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소중한 책입니다.

 

감정이라는 복잡한 세계를 탐험하는 우리 아이와 함께, 저도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답니다. 이런 소중한 순간들이 쌓여 아이의 정서 지능을 키우는 단단한 기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의 엄마표 영어 표현

What does the Colour Monster feel like?
색깔 몬스터는 어떤 기분일까요?

What can you do when you feel sad or angry?
슬프거나 화가 날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How do we take a deep breath?
어떻게 깊은 숨을 쉴 수 있을까요?

활용 팁:
아이와 대화하면서 감정 조절과 표현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연습이 될 것입니다.

 

감정 여행을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

이번 주 딸아이가 보여준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자신의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아이가  "좋다", "사랑한다"와 같은 긍정적인 표현을 할 때는 제 기분이 날아갈 듯 좋지만, "싫다"와 같은 거부감이나 화난 감정을 대할 때는 참 쉽지 않습니다. 특히 아이가 아파서 울 때는 제 마음이 찢어지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자신의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조절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부모의 안내와 지원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매일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감정과 마음을 배워가는 아이와 함께하는 것이 또한 정말 소중하고 의미 있는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아이의 정서적 발달에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아이의 유치원 선생님들께도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