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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육아 (parenting in Australia)

호주식 육아의 비밀: 책으로 정리되지 않는 이유

by 호주마마 2025. 4. 18.

육아를 시작할 때 《육아는 프랑스인처럼》 같은 책이 인기여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왜 '육아는 호주인처럼'이란 책은 없을까?” 호주에서 아이를 키우며 느낀 건, 이곳의 육아는 하나의 방식이나 기준으로 정의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다문화 사회인 호주에서는 육아도 문화만큼이나 다양성을 존중하기 때문인데요. 이 글에서는 그런 호주 육아의 분위기와, 실제 경험 속에서 발견한 다문화 육아의 균형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호주의 육아는 한마디로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자” 는 철학이 깔려 있습니다.

왜 '육아는 호주인처럼'이란 책은 없을까?

1. 호주 육아의 핵심: 자유롭고 유연한 방식

호주의 육아는 한마디로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철학이 깔려 있습니다. 아이들이 신발을 벗고 맨발로 뛰어놀고, 학교 숙제보다 친구와 노는 시간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유치원에서는 글씨보다 감정 표현과 친구와의 갈등 해결을 먼저 배우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특별한 기법’이나 ‘훈련 방법’ 같은 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식 육아에서 흔히 강조되는 조기교육, 영어 학습, 수면 루틴, 독서 계획 등과는 접근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2. 프랑스 육아는 구조와 규율, 호주는 자연스러움

프랑스식 육아는 ‘규칙’과 ‘절제’에 대한 철학이 명확합니다. 그래서 책으로 엮기에 참 좋은 구조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호주식 육아는 굉장히 자연스럽고, 개별화된 방식을 존중합니다. 부모들끼리도 “너는 그렇게 하고, 나는 이렇게 해”라는 태도가 지극히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호주식 육아는 이렇다’고 정의해 버리는 순간, 오히려 “그건 네 방식일 뿐이야”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3. 한국인이 보는 호주의 교육 수준?

한국 부모 입장에서는 호주의 육아나 교육이 다소 “헐렁해 보인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한국 학부모들이 “여긴 너무 교육이 느슨해요”, “수준이 낮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건 ‘교육’을 바라보는 가치의 차이 때문입니다.
한국은 학업 성취경쟁을 중심에 두는 반면, 호주는 정서적 안정, 신체 활동, 자기 주도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같은 장면도 서로 다르게 해석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하루 종일 진흙에서 놀고 집에 들어왔을 때
한국 부모: “왜 이렇게 더러워졌어!”
호주 부모: “오늘 진짜 재미있었나 보네!”

 

4. 문화적 다양성과 ‘표준화’의 어려움

호주는 다문화 사회입니다. 유럽계, 아시아계, 중동계, 원주민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부모들이 각각의 방식으로 아이를 키웁니다.
그렇다 보니 “호주식 육아는 이렇다”라고 딱 정리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점에서 프랑스처럼 국가 단위로 공유된 육아 철학을 갖기 힘든 구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호주 부모들은 비교적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편이라, 육아법을 책이나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공유하는 문화가 적습니다.

물론 호주에서도 매기 덴트(Maggie Dent), 캐시 워커(Kathy Walker)와 같은 전문가들이 육아 서적을 출간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대체로 부모의 심리적 지지나 발달적 조언 중심입니다. 프랑스식 육아처럼 하나의 문화 코드나 국가 정체성으로 정리된 ‘호주식 육아’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다문화 사회 속에서 내가 찾은 육아의 균형

호주에 살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건, "나는 한국에서 자랐고, 내 아이는 호주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떤 날은 한국식 교육관이 너무 강하게 작용하고, 또 어떤 날은 호주식 자유로움이 더 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곳의 많은 부모들—특히 이민자 부모들—은 자신의 나라에서 배워온 가치 + 호주의 여유로운 문화 사이에서 자기만의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이곳 육아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호주식"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되긴 어렵지만, 분명한 건, 여기서는 아이도, 부모도 각자의 속도대로 자라도록 존중받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호주의 육아

호주식 육아는 눈에 띄는 공식이 없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지켜보는 깊은 철학이 숨어 있습니다. 틀에 맞추기보다는 각 가정의 문화와 가치관을 존중하며,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책으로는 다 담기 어려울지 몰라도, 호주에서의 육아는 매일의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 그 철학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저도 그 속에서 조금씩 배워가며, 우리 가족만의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