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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육아 (parenting in Australia)

해외(호주) 육아, 우리 아이 모국어 교육 어떻게 해야 할까?

by 호주마마 2025. 4. 17.

해외에서 자녀를 장기간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는 것이 바로 모국어 교육입니다. 저 역시 호주에서 생활하며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아이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단순히 언어 습득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과 감성적인 연결을 유지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킨디(Kindy, 유치원)에 다닌 지 두 달이 지나면서 아이의 언어 사용이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더욱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이중언어 가정에서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고민은 결국 자녀의 모국어 유지입니다. 부모로서 완벽할 수는 없지만, 아이가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익히고 따뜻한 언어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고민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공유해 보려 합니다.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남자 어린이
해외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모국어 교육은 정답이 없는 여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점점 영어를 선호하게 되는 아이들

많은 해외 거주 한국인 부모들은 아이들이 점차 영어를 주된 언어로 채택하고, 한국어를 점점 멀리하게 되는 현상을 경험합니다. 이는 한국인 가정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어를 사용하는 가정에도 동일하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제가 아는 일본인 부모님의 경우, 두 분 다 일본인이시고 아이들에게 꾸준히 일본어로 대화하셨지만, 초등학교 생활을 몇 년 하면서 아이들이 점점 일본어로 물어도 영어로 대답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아이들이 부모가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런 비슷한 예를 많이 접했고, 그분들은 제게 아이에게 한국어를 계속 가르칠 것과 포기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해진다고 하는데요.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또래 친구들과의 교류가 증가하면서, 아이들은 점차 부모의 모국어 사용을 거부하게 되는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올 것이 왔구나' 싶은 변화들

저도 요즘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 엄마에게 영어로 말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 혼자 놀이할 때도 영어로 역할놀이를 한다
  • 영어를 사용하는 시간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 변화가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저렸습니다. 아이가 점점 영어가 편해지고, 결국 집에서도 영어를 사용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가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을까?
언어뿐만 아니라 감성적으로도 연결될 수 있을까?"

 

왜 아이에게 한국어가 중요한가?

아이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단순히 한 가지 언어를 더 익히게 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감정의 소통과 정체성의 확립, 그리고 미래를 위한 준비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감정의 소통 수단으로서의 한국어

우선, 저의 모국어는 한국어입니다. 한국어로 말하고, 생각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부모로서 아이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진심을 온전히 전할 수 있는 언어가 바로 한국어입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저와의 연결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그리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어 교육은 꼭 필요합니다.

 

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부분

또한, 아이도 한국인입니다. 엄마가 한국인이면 아이도 한국인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부모가 사용하는 언어를 배우고 익히는 것은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언어는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라 문화와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미래를 위한 준비

미래를 생각했을 때도 한국어를 익히는 것은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에 계신 제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아이가 한국에서 살아야 할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고, 더 길게는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때 한국어 실력이 뒷받침된다면 새로운 환경에서도 훨씬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한국어 교육은 아이가 보다 넓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감정을 나누고, 정체성을 찾고, 미래를 대비하는 모든 과정에서 한국어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현실과 한국어 교육 실천법

해외에서 한국어 교육이 어려운 이유

제가 사는 지역에는 한국인이 많지 않아 한국어를 사용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한국인 친구가 없음
  • 가끔 만나는 사람들과 남동생을 제외하면 한국어 사용 기회 적음
  • 남동생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보지만, 시간이 길지 않음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습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주 이런 고민을 하게 됩니다.

  • "한국어 교육을 어디까지 해야 할까?"
  •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한국어를 유지하는 방법은?"

 
우리 가족의 원칙: 모국어는 사랑의 언어여야 한다

남편과 상의 끝에 원칙을 정했습니다. 훈육은 영어로, 감성 소통은 한국어로

훈육은 영어로, 감성 소통은 한국어로"

 

훈육할 때 영어 사용

  •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
  • 아이도 호주에서 필요한 훈육 언어를 익힐 수 있음

훈육 후 감성적인 대화는 한국어로

  • 아이가 한국어를 따뜻한 언어로 인식하도록 유도
  • 부모와의 관계에서 정서적 안정감 제공

이 원칙을 지키며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방법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종종 느낍니다. 감정이 격해질 때는 한국어가 저도 모르게 먼저 튀어나오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정말 깊은숨을 쉬며 마음을 가라앉힐 필요성을 절실히 느낍니다.

 

한국어 교육을 위해 책육아 활용

저는 아이의 한국어 교육을 위해 책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 한국 방문 시, 새 책과 중고 책을 선편 택배로 3박스 이상 보냄
  • 다양한 한국어 표현을 접하며 언어적 친밀감 형성
  • 책을 통해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습득

책은 단순한 학습 도구가 아니라, 감성 소통의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다행히 브리즈번 도서관에서는 한국어 그림책들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으니 이용하시면 됩니다.

 

가정에서 한국어 노출 늘이기

한국어는 엄마와 할 수 있는 즐거운 활동입니다.

  • 아이가 영어로 말해도 부모는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대답
  • 조부모와 영상통화 자주하며 한국어 대화 기회 늘리기
  • 한국어 영상 시청 (흥미를 잃지 않도록 강요하지 않기)

한국어를 단순한 학습이 아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영상통화는 아이에게 한국어를 사용해야 하는 실질적인 이유를 제공하므로 큰 도움이 됩니다.

 

한글학교 보내기, 거리가 멀어도 중요한 이유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한글학교에 보낼 계획입니다. 상황에 따라 더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모국어 유지에 큰 역할
  • 또래 한국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 제공
  •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

한글학교를 다닌다고 완벽한 한국어 실력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한국어 환경을 꾸준히 노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아이에게 자신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는 친구들을 만나게 해주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결론: 모국어 교육은 강요가 아닌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

해외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모국어 교육은 정답이 없는 여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모국어는 사랑의 언어여야 한다"는 원칙 아래,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아이가 한국어를 익힐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쉽지 않지만, 하루하루 노력 중입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영어를 더 많이 쓰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속에서도 한국어가 부모와 따뜻한 감정을 나누는 언어로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결국 중요한 건, 아이가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고, 부모와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지켜가는 것이겠죠.

그래서 오늘도, 아이와 사랑의 언어로 이야기합니다. 한국어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