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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육아 (parenting in Australia)

3세 이상 아이들을 위한 마법 같은 발레: 호주 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공주' 스토리타임 공연 리뷰

by 호주마마 2025. 1. 24.

오늘 만 3살 반인 제 딸아이와 호주 발레단의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스토리타임 공연으로 보고 왔습니다. 시골에서 자라 문화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던 제게, 아이에게 풍성한 문화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어서 공연을 데리고 다니곤 합니다. 처음에는 3살 반 딸에게 디즈니의 마녀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3세 이상을 위한 공연이라는 점, 그리고 공연 전문가들에 대한 신뢰로 티켓을 예약하게 되었습니다.

공연의 핵심 포인트 및 공연 전 준비

- 공연명: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스토리타임 발레 

- 주최: 호주 발레단

-입장: $64 (어린이와 성인 동일)

- 대상 연령: 3세 이상

- 공연 기간: 2025년 1월 23일 - 26일

- 장소: Powerhouse Theatre, Brisbane Powerhouse

- 러닝타임: 50분

스토리타임-발레-e티켓
e-ticket의 스크린 샷

 

공연 전 준비공연 웹사이트에서는 아이들에게 예쁜 공주 드레스를 입고 매직 지팡이를 가져올 것을 제안했습니다. 저도 딸에게 공주 옷을 입자고 했지만,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딸은 캐주얼한 청드레스를 입고, 할아버지께 선물 받은 판타스라는 코끼리 인형을 들고 공연에 갔습니다. 공연장에 도착하니 역시나 아주 많은 공주들이 예쁜 공주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아주 살짝 부러웠습니다.

 

다행히 저희 딸 같은 아이를 위해 부스 한편에 공주 옷들이 진열되어 있어 아이들이 입어 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고, 공연 안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매직 지팡이를 가져오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매표소 옆에서는 매직 지팡이를 또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저희는 공연 시간에 거의 맞춰 도착한 탓에 화장실을 다녀온 후 바로 공연장으로 들어가야 해서 이곳들을 둘러볼 여유가 많지 않았습니다. 급하게 사진만 한 장 찍고 공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만약 공연을 보러 가신다면 일찍 도착해 이런 특별한 경험들을 충분히 즐겨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공연 내용 및 특징

공연은 왕실 수장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는 각 장면의 배경을 설정하고, 춤 섹션마다 설명을 더해주는 동시에 필요할 때는 어린아이들의 참여를 유도하며 무대를 이끌어갔습니다. 이 내레이션 덕분에 이야기를 잘 모르는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특히 이야기 책을 한 번도 읽지 않은 딸도 무슨 이야기인지 금방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며 웃음을 선사하는 점은 이 공연의 큰 장점 중 하나였는데요. 예를 들어, 마녀 카라보스를 공주의 세례식에 초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왕실의 수장이 겁을 먹고는 아이들에게 "카라보스가 보이면 알려줘야 한다"라고 부탁하며 무대 앞을 서성입니다. 그런데 당연히 카라보스는 수장의 바로 뒤에서 성난 얼굴로 서 있었고, 아이들은 신나게 "뒤에 있어요!"라고 외치며 공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직접 소리치고 웃을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아 좋았습니다.

 

공연이 3분의 2 정도 진행되었을 때, 왕자가 공주에게 키스하며 이야기책 속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결말 부분이 나왔습니다. "어? 벌써 끝난 건가?" 싶었지만, 그 뒤에 반전이 있었습니다. 바로 공주와 왕자의 결혼식이 이어졌습니다. 결혼식에는 특별한 손님으로 신데렐라와 그녀의 왕자, 그리고 빨간 망토 소녀와 늑대 커플이 초대되었는데, 처음에는 "갑자기 이런 캐릭터들이 왜 나오는 거지?"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공연 연출자의 영리함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친근한 캐릭터들을 살짝 소개하며 더 큰 재미를 주었고, 다른 스토리타임 발레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생각이 됩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실제로 신데렐라 스토리타임 발레가 공연된 적이 있었습니다.

 

무대와 출연진은 단순하면서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총 11명의 출연진 중 8명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의 젊은 발레리나들로, 나머지 3명은 나이 든 배우들이었습니다. 왕과 왕비, 그리고 왕실 수장은 발레를 추지 않는 배우로, 주로 내레이션과 연기에 집중했습니다. 무대는 아주 단순했지만, 의상은 아름다운 고전풍으로 꾸며졌으며 발레리나들의 티아라와 반짝이는 투투 의상은 정말 환상적이고 아름다웠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공연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관람 후기

이 공연은 만 3세 이상 관람 권장으로 안내되어 있는데, 그 기준이 꽤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2세 이하 아이는 부모의 무릎에 앉아 티켓을 구입하지 않아도 공연을 즐길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약 두 살 정도로 보이는 한 아이가 울기 시작했고, 결국 5분 만에 공연장을 나가야 했습니다. 공연장이 어두워지고 무대에만 조명이 집중되면서 아이가 겁을 먹은 듯했습니다. 부모는 우는 아이를 데리고 나갔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공연에서 사용된 클래식 음악이 모든 아이들에게 익숙하거나 편안한 음악은 아닐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랄한 음악이 사용되어서 아주 경쾌한 장면이 많았지만 마녀 카라보스가 나올 때는 약간 섬뜻하고 강렬한 음악이 나와서 아이들이 무서울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아이와 함께 발레 공연을 계획하신다면, 아이에게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미리 노출시키는 것도 좋은 준비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공연이 "3세 이상 어린이를 위한 발레"로 소개되어 어린이 전용 공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전 연령이 즐길 수 있는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저도 정말 감동적이었고, 저희와 동반한 가족들 모두가 "너무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답니다. 아이와 함께 특별한 추억을 쌓기에도 좋았고, 어른들에게도 예술적 감동을 주는 공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완성도 높은 발레 공연이었습니다. 공연 중에 촬영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유트브 '호주 발레단의 스토리 타임: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인 소감

스토리타임 발레는 어린이들에게 발레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참신한 방법이라고 느꼈습니다. 일반적으로 몸짓과 음악으로 전달되는 고전 예술 형식을 아이들이 더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었습니다. 또한 전통적인 안무와 이야기에 새로운 접근 방식을 더해 아이들과 부모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 공연이었습니다. 이 공연은 단순히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이야기만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에게 발레라는 예술 형식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무엇하나 흠잡을 수 없는 완벽한 공연이었습니다. 딸은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부터 잠들기 전까지 계속해서 오늘 본 공연 이야기를 했습니다. 밤에 자기 전 딸은 공연의 제목과 오로라 공주가 바늘에 찔려 잠든 이야기를 다시 한번 들려주며, 자신도 춤추는 꿈을 꿀 거라고 말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내일 아침, 딸이 잠에서 깨어나 어떤 상상의 놀이를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이런 문화 공연이 또 있다면 주저 없이 예약할 것입니다.

 

현재 23일이 공연의 첫날이니 앞으로 3일간 더 공연이 남아있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꼭 관람하시길 권합니다. 혹시 이번 공연을 놓치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12월에 인어공주 스토리타임 발레가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곧 정리해서 올려 드리겠습니다. 오늘의 공연은 저의 어린 시절의 부족함을 채우는 동시에 제내 딸아이에는 풍부한 상상력과 추억을 키워준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