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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육아 (parenting in Australia)

[호주 유아 공연 추천] 딸과 함께한 '숲속 괴물 그루팔로' 공연 후기

by 호주마마 2025. 3. 31.

이번 브리즈번 아웃 어브 더 박스 페스티벌에서 숲 속 괴물 그루팔로(The Guffalo)가 공연된다는 소식에 딸아이와 이전에 함께 봤던 공연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경험을 나누려고 합니다. 저희는 요즘도 가끔 사진들을 보면서 그루팔로 책도 읽고 공연이야기도 하는데요. 저는 아이가 어린 시절 좋아하는 책이 생생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것이 마법 같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런 경험은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됩니다. 제 딸아이가 28개월 때 함께 관람했던 그루팔로 공연은 아이의 눈빛이 달라지는 순간을 목격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특별한 문화체험을 고민 중이신 부모님들께 저희의 경험이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무대는 나무 배경으로 꾸며져 숲이라는 느낌이 났다.
숲 속 괴물 그루팔로(The Guffalo)공연은 숲 속을 배경으로 한 단순한 무대였지만, 조명과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진짜 숲에 있는 듯한 느낌을 정말 잘 살려냈습니다.

첫 장기 공연과의 만남

딸아이가 28개월쯤 되었을 때, 55분짜리 어린이 공연인 숲 속 괴물 그루팔로(The Guffalo)를 보러 갔습니다. 그전까지는 짧은 어린이 공연만 종종 관람했었는데, 아이가 과연 한 시간 가까이 집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제 걱정은 완전히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서만 보던 생쥐와 그루팔로가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딸아이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고 무대에 200% 집중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 잘 왔다'라고 생각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줄리아 도널슨과 그루팔로

혹시 줄리아 도널슨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해드리자면, 그녀는 영국의 대표적인 아동문학 작가로 브리스틀 대학교에서 연극과 프랑스어를 전공했습니다. 어린이 프로그램의 동요 작사로 경력을 시작해 이후 그림 작가인 악셀 셰플러와 함께 수많은 그림책을 발표했습니다. 악셀 셰플러도 유명한 그림작가인데 한국에서도 이 두 분의 책들이 한글로 많이 번역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숲 속 괴물 그루팔로(The Guffalo)는 1999년 출간 이후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모르는 부모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입니다.
 

공연장 분위기와 유용한 팁

저희가 관람했던 곳은 QUT 가든 극장이었습니다. 브리즈번 보태닉 가든 옆에 자리한 아담한 소극장으로, 규모는 작지만 아늑하고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보기에 정말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추천 연령이 3세 이상이라고 되어 있어서 약간의 걱정도 있었지만, 이미 책을 읽고 있었기에 크게 부담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도착했을 때 정말 많은 영아들이 있어서 내심 놀랐습니다. 다들 유모차를 끌고 오신 분들이 많았는데, 저도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이곳은 유모차를 끌고 아이들이 오기에 정말 좋은 장소였습니다.

the Gruffalo 공연을 딸과 함께 보러옴공연장 입구- 많은 부모들이 유모차를 끌고 옴
공연장 안과 밖의 모습


 무대가 가까워서 어디에 앉아도 시야가 확보되고, 좌석 간 거리도 적당해서 아이들의 집중을 도왔습니다. 저희는 중앙~앞쪽 라인에 예매했는데 몰입감이 정말 좋았습니다. 좌석별 가격은 마지막 세 줄은 $39, 나머지는 $48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39 자리는 금방 매진되니 서두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티켓팅 수수료가 $7 정도 추가된다는 점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팁: 공연 전후로 보태닉 가든에서 산책하거나 잔디밭에서 노는 시간을 함께 계획하면 하루를 더욱 특별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웃음, 몰입, 추억까지 모두 담긴 시간

이 극의 주인공인 작은 쥐는 정말 영리했습니다.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교활한 여우, 괴짜 늙은 올빼미, 그리고 파티광 뱀을 만나면서 자신이 지어낸 무서운 괴물 그루팔로 이야기로 위기를 모면합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중간중간의 재미있는 연기들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저까지도 웃음 속에 사로잡히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파티를 좋아하는 라틴계 억양으로 연기하는 뱀 캐릭터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소에 뱀을 무척 싫어하는 제가 뱀 캐릭터를 귀엽다고 느꼈으니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상상이 되시나요?
 
책으로 먼저 접했던 괴물 '그루팔로'는 무섭기보다는 어딘가 귀엽고 엉뚱한 캐릭터로 표현되어 아이들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제 딸은 여전히 쥐가 최고라고 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딸아이가 그 쥐처럼 위기 상황에서도 지혜를 발휘해 살아갈 수 있는 아이가 되길 기원해 봅니다.
 
딸아이는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여우 어디 있어?", "생쥐 어디 갔어?" 하며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다가오는 공연 정보

줄리아 도널슨과 악셀 셰플러의 또 다른 인기작인 '룸 온 더 브룸(Room on the Broom)'이 4월에 QUT 가든 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입니다. 아직 관람하지 못했지만, 워낙 유명한 책이라 아이들이 분명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룸 온 더 브룸 (Room on the Broom)

  • 일정: 2025년 4월 10일~13일
  • 티켓: A 리저브 $48.50, B 리저브 $39.50 + 티켓팅 수수료
  • 추천 연령: 3세 이상
  • 장소: QUT 가든 극장
  • 공연시간: 55분 (인터미션 없음)
  • 🔎자세한 정보 및 예매:CDP Theatre Producers 공식 웹사이트

줄거리: 친절한 마녀와 그녀의 고양이가 빗자루를 타고 여행을 떠나지만, 뜻하지 않게 여러 동물 친구들을 만나며 점점 더 빗자루가 무거워지는데... 그리고 배고픈 용이 나타납니다. 마녀는 어떻게 될까요?
 

기억에 남는 장면들

숲 속 괴물 그루팔로(The Guffalo) 공연은 숲 속을 배경으로 한 단순한 무대였지만, 조명과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진짜 숲에 있는 듯한 느낌을 정말 잘 살려냈습니다.
 
교활한 뱀 캐릭터의 라틴계 억양이 섞인 영어는 정말 능청스러워서 어른인 저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웃으니 따라 웃은 것 같기도 합니다. 배우는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게 유도도 하면서,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표정을 지으며 55분이 15분처럼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반복되는 "그 그그그그라팔로~" 노래는 귀에 쏙쏙 박혀서 지금도 종종 흥얼거리게 됩니다.
 
공연이 끝난 후부터 딸아이는 숲 속 괴물 그루팔로(The Guffalo) 책에 푹 빠져서 오디오 CD까지 틀어가며 이야기와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 추억을 떠올리며 웃곤 합니다.
 

무서운 괴물이 아닌, 사랑스러운 캐릭터

공연 전에는 '혹시 아이가 무서워할까?' 살짝 걱정했지만, 막상 무대 위의 그라팔로는 우스꽝스럽고 친근한 존재였습니다. 아이들이 괴물을 사랑하게 되는 경험, 그리고 무서움을 스스로 이겨내는 용기를 자연스럽게 전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2025년 QPAC에서도 이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숲 속 괴물 그루팔로(The Guffalo)

줄거리: 베스트셀러 그림책 The Gruffalo를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용감한 생쥐가 숲 속에서 자신보다 훨씬 큰 동물들을 속이며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로, 신나는 음악과 유쾌한 연기가 어우러진 공연입니다.
 

마무리 - 작은 경험이 남기는 큰 의미

사실 28개월 아이에게 공연의 모든 유머와 교훈이 온전히 전달되진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경험이 아이 안에 작은 씨앗이 되었고, 책을 더 사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무대를 바라보며 집중하고 상상했던 순간들이 분명 기억의 조각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웃 어브 더 박스 페스티벌'은 QPAC 주관으로 열리는 어린이 공연 축제입니다. 이번에 다시 숲 속 괴물 그루팔로(The Guffalo)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반가웠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이런 문화 경험은 돈이 아깝지 않은,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웃 어브 더 박스 페스티벌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곧 올려드리겠습니다. 
 
(모든 내용은 내돈내산이며, 공연과 연계되지 않은 순수한 제 경험과 생각입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참고만 해주시기 바랍니다.)